|
|
 |
 |
| |
 |
연주 시늉 '핸드싱크' 도 어렵네 |
 |
|
|
|
|
| |
|
|
[중앙일보 기선민]
“두루미(이지아) 연주 장면에서 바이올린 활 쓰는 법이 자꾸 틀리니 거슬리네요.” “정희연(송옥숙) 첼로 독주 장면 멋졌습니다. 송옥숙씨가 정말 첼로 하는 분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트럼펫·오보에 등 관악기 연주자들은 입 모양은 비슷한데 불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호흡에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오합지졸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천재 지휘자를 만나 어엿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음악 소재 드라마답게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기자들의 연주 장면과 연주곡에 대한 감상과 문의가 빗발친다.
1, 2회까지만 해도 “핸드 싱크(녹음된 음악에 연주 시늉만 하는 연기)가 서툴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점차 연주 연기가 안정됨에 따라 8회가 방영된 7일 현재 자체 최고 시청률 19.8%(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수·목 드라마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경쟁작들이 제작비 250억원의 대작 '바람의 나라'(KBS)와 문근영·박신양 두 억대 배우를 내세운 '바람의 화원'(SBS)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1위는 예사롭지 않다. 회를 거듭할수록 눈길이 쏠리는 연기자들의 연주 장면과 클래식 음악 선곡 등 음악에 얽힌 궁금증을 모아봤다.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서희태(사진) 예술감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서 감독은 현재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다.
◆누가 진짜고 누가 시늉인가='베토벤 바이러스'는 드라마를 위해 24명 내외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쓰일 음악을 녹음하고, 극 중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출연한다. 바이올린 3명, 첼로 1명, 비올라 1명 등 현악기 연주자 5명은 서 감독이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나머지는 세 차례 열린 오디션에서 선발됐다. 학교 동창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오는 주연(조세은)·주희(박은주)는 실제 연주자. 200여 명이 몰린 오디션에서 뽑혔다. 오케스트라는 극 중 연주자들이 실수하거나 끊기는 장면까지 드라마 안에서 쓰이는 음악은 죄다 연주, 녹음한다.
장근석(트럼펫)·송옥숙(첼로)·이순재(오보에)·박철민(트럼펫)·정석용(콘트라베이스) 등 출연진은 녹음된 음악에 연주하는 시늉만 한다. 대역이 아니라 대연(代演)인 셈이다. 두루미 역의 이지아(바이올린)와 준기 역의 김익(클라리넷)은 부분적으로나마 실연을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첫 방영 한 달 반 전에야 겨우 촬영에 들어간 촉박한 일정 탓이다. 플루트를 부는 여고생 하이든(쥬니)은 예외다. 실제로 고교 시절 플루트를 배웠던 쥬니는 극 중 오디션 장면에서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중 2번 3악장 미뉴엣을 능숙하게 연주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배우별 개인교사 밀착 교습=연주 장면의 리얼리티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 이 때문에 제작진은 지휘자 강마에 역의 김명민을 비롯해 이지아·장근석·송옥숙 등에게 일대일 개인교사를 붙였다. 김명민은 서 감독이, 나머지 3명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도한다. 개인교사들은 녹화 때 연기자 손 동작을 돕기 위해 옆에 붙어 함께 연주한다. 김명민의 경우 촬영 전 석 달간 매일 최소 2시간에서 최장 6시간까지 다양한 박자에 따라 지휘봉 젓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서 감독은 “김명민씨가 너무 연습에 몰입한 나머지 어깨 근육이 심하게 뭉쳐 마사지를 받으러 다닐 정도였다”고 말했다. 강마에의 모델은 베를린필의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 그의 연주실황 비디오·DVD를 분석하는 건 기본이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 촬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연기 부분과 연주 부분의 궁합을 맞추는 것. 오케스트라 연습 장면을 한 번 찍는 데 평균 10시간가량 걸린다. 화제가 됐던 5회 공연 장면은 2박3일간 밤샘하며 찍었다. 서 감독은 “손 움직임과 음악, 얼굴 표정 등이 서로 맞지 많아 촬영이 되풀이되다 보니 나중에 너무 힘들어 쓰러진 단원도, 우는 단원도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건우가 7회 첫 장면에서 연주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녹음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던 곡. “연주가 너무 어려워 전 세계에서 음반으로 낸 사람이 몇 손가락에 꼽는다”는 건우의 대사처럼 힘들기로 정평 난 곡이다. 연주자는 스튜디오를 다섯 차례나 빌리며 녹음하는 난항 끝에 겨우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대중적인 클래식 300여 곡 선곡
◆귀에 익은 곡 골라 써=드라마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서 감독이 가려뽑은 300여 곡 중에서 홍진아·홍자람 작가와 이재규 PD가 추린다. 곡당 평균 3~5배수를 추천한다. 선곡 기준은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이다. 오케스트라의 첫 연습곡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된 것이나, 건우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습하는 것, 두루미가 지하철 안에서 베토벤 '로망스'를 연주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너무 많은 악기가 필요하거나 타악기가 많이 필요한 곡은 제작비를 고려해 가급적 제외했다.
비슷한 이유로 저작권에 걸리는 곡은 피한다. 하지만 초원의 연주 장면에 나온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스 오보에'나 희연의 독주가 돋보였던 '리베르 탱고'(피아졸라) 2곡은 '이 곡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저작권료를 지불했다.
기선민 기자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