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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사극에는 '3D 전문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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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재벌가 아들과 가난한 청순가련 여인의 사랑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 드라마를 시청하려면 최소한의 공부를 하면서 봐야한다.
과거에는 '의사', '변호사' 등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 표면적인 직업으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전면적이면서 깊숙이 그 직업의 애한을 다루는 게 대세가 됐다. 방송기자를 다룬 '스포트라이트', 경매사를 다룬 '옥션하우스', 드라마 제작사를 소재로 한 '온에어' 등 그야말로 리얼리티 전문직 드라마의 홍수다.
이 같은 열풍은 충무로도 예외가 아니다. 충무로의 새로운 트렌드인 사극에도 전문직이 넘쳐난다. 다만 충무로에 등장한 전문직 열풍은 '사'자가 들어가는 직종이 아니다. 사극 영화의 전문직은 3D 업종! 그 직업에 영화의 '진미'거 숨어 있다.
화약제조 전문가 들어나 봤어?
9월 4일 개봉 예정인 '신기전'은 실존했던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 화포인 신기전을 둘러싼 조선과 중국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중심 캐릭터는 화약제조가 홍리(한은정)와 홍리 못지않은 화약 지식을 가진 설주(정재영)다.
'신기전'은 초석을 정련할 수 있는 흙을 구하는 단계부터 염초(질산칼륨)의 제조과정, 유황과 목탄을 섞어 만드는 과정까지 세밀하게 재현해낸다. 영화의 진짜 재미는 '신기전'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명나라 10만 대군과의 전쟁이 아니라 '신기전'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홍리와 설주가 함께 재료를 구하고, 화약의 성분비를 논하면서 서서히 다가가는 느린 호흡의 로맨스지만 '정재영'이 영화배우로서 처음 경험한 키스신이 두 번이나 등장한다니 기대하지 아니할 수 없겠다.
조선시대에도 'CSI'가 존재했다
19세기 말 조선의 동화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수사관 원규(차승원)가 급파 된다.
'혈의 누'의 살인 수법은 조선시대 천주교도들을 잔학하게 처형했던 다섯가지 살인 방법이 그대로 등장한다. 물에 적신 한지를 얼굴에 붙여 서서히 질식시키는 '도모지'가 대표적인 형벌이다.
원규는 중국 원나라 왕여가 편찬한 법의학서 '무원록'을 기본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상처의 치수를 재고 시반(屍斑)의 위치로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것 등은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가 부럽지 않다.
한국에도 이 같은 과학적인 수사가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과 사극에 첫 출연한 차승원의 변신을 감상하는 건 일석이조의 재미다.
조선 시대 가장 인기 있는 소설작가 등장이요
조선시대 한글이 보급되면서 백성들 사이에도 책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성들에게 임금을 향한 충정에 관한 글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음탕하고 난잡한 이야기에 끌리는 건 지금이나 조선시대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 '음란서생'은 음란소설에 빠진 사대부의 윤서(한석규)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때에도 지금의 출판사처럼 음란물을 필사해 유통하는 곳이 있었고, 글로 부족한 표현력을 그림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펼 수 있게 도와준다.
'음란서생'에서 윤서가 상상해가면서 쓴 장안의 화제 '흑곡비서'가 완성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볼거리다.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해 직접 해보는 체위는 '색계'의 양조위와 탕웨이가 보여주는 격렬한 정사신과 비교했을 때 부족함이 없다.
'댓글', '동영상', '폐인' 등 현대적 감각의 단어를 사극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건 '음란서생'의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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