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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모델 fitting model 그녀들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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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쇼핑몰 패션모델들의 세계
십분당 한벌씩 갈아입고 옷마다 다른 느낌.표정 연출
평범한 옷 돋보이는 몸매 필수…“장래 옷가게 운영이 꿈”
옷입고 사진찍기 좋아… 즐거운일에 돈도버니 1석 2조
입은 옷 안팔릴땐 퇴출 1호… 불안감 크지만 계속하고파
모델을 떠올리면 캣워크를 활보하는, 키가 크고 비정상적으로 마른 이미지가 먼저다. 유명 디자이너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10㎝가 넘는 굽의 하이힐을 신어 얼굴은 더 작아보이고, 비현실적으로 늘씬하게 느껴지는 패션 모델. 패션쇼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들이 모델의 전부인양 여겨져 왔지만 이젠 달라졌다. 온라인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각 인터넷 쇼핑몰의 이미지를 살리고 고객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피팅 모델이 모델계를 주름잡고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 등 소비자의 욕망을 충동이는 힘의 8할이 바로 피팅 모델인 만큼 온라인 업계에서 이들의 주가는 만만치 않다. 피팅 모델의 24시를 들여다보자.
스무살 대학생 피팅모델 이슬비양
이슬비(20) 씨는 6개월 정도 활동한 대학생 피팅 모델이다. 짧으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이지만, 2년 정도 경력이면 최고참급으로 통하는 피팅 모델계에서 그는 중견급 피팅 모델에 속한다.
172㎝의 키에 52㎏의 완벽한 몸매, 작고 하얀 얼굴, 크고 또렷한 갈색빛 눈이 매력적인 이씨는 한눈에도 모델 포스가 느껴질 정도다. 현재 4군데 쇼핑몰에서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이씨는 “아는 인터넷 쇼핑몰 사장님의 부탁으로 우연히 피팅 모델을 하게 됐다. 일을 하다 보니 옷을 좋아하고 사진 찍히는 것을 즐기는 내게 딱 맞는 일인 것 같아 피팅 모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수는 어떨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시간당 1만원씩 받거나 사진 작업 한 번에 8만원 정도 받았다. 보통 일한 지 3개월 정도 지나면 시급이 5000~1만원 정도 오른다”며 “지금은 시간당 2만원씩 받거나 한 번에 15만원 정도 번다”고 덧붙였다. 쇼핑몰 한 곳당 1~2주에 한 번꼴로 수십벌의 신상품을 찍어 사진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그가 활동하고 있는 네 곳을 뛰고 나면 한 달에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돈은 150만원 정도가 된다. 하루 5~6시간씩, 1주일에 2~3번의 사진 촬영 후 주어지는 보상치고는 꽤 큰 편이다. 통상적으로 대학생이 하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3000~5000원인 데 비해 4~5배 정도 많이 벌 수 있는 직종인 것. 이씨는 “웬만한 직장인처럼 벌 수 있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다. 게다가 하루 한나절(5~6시간)이면 사진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10분당 한 번꼴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옷마다 다른 느낌의 포즈와 표정을 연출해야 하니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면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피팅 모델은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이다. 단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외모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많거나 자신을 연출하는 법을 잘 모르면 아무리 예뻐도 옷이 살지 않는다. 사진만큼 정직한 건 없기 때문에 타고난 외모와 끼, 재능 없이는 이 일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나이 제한도 있다. 보통 20대 초.중반의 젊은 모델이 이 일을 하기 때문에 길어봤자 20대 후반까지다. 아르바이트 정도라면 모를까 동종 업계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씨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일이 들어오는 한 계속 하고 싶지만, 3~4년 정도면 수명을 다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 옷가게를 내기 위해 버는 돈의 상당량을 저축하고 있다”고 야무진 속내도 내비쳤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기본. 44 사이즈의 상의와 26(허리) 사이즈의 청바지를 입었을 때 가장 예뻐야 한다는 피팅 모델답게 평소에도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몸매를 관리해야 한다. 좋아하는 군것질에도 눈길을 줘서는 안된다. 촬영이 있기 하루 이틀 전부터는 금식에 들어간다. “피팅 모델은 일반인이 입는 옷을 입어 보이는 모델이기 때문에 일반 패션 모델처럼 키가 아주 커야 한다거나 말라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시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옷을 돋보이게 하려면 체격조건이 남보다 좋아야지요.”
옷에 대한 감각과 최신 트렌드에 대한 감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동대문 도매시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보며 쇼핑도 자주하는 편이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면서 일종의 직업병이 생겼다”는 이씨는 집 앞 슈퍼마켓에 나가더라도 옷과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된단다. 또 길거리에 지나가는 이들의 패션감각을 평가하고 조언해주고 싶은 충동이 자주 들 정도라고.
오디션 필요없는 전문모델 이소라양
22세의 이소라 씨는 167㎝의 키에 49㎏이 나가는 전형적인 피팅 모델 체형의 소유자다(피팅 모델은 통상적으로 키 165~168㎝에 45~50㎏의 체중이 가장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긴 갈색 머리에 스키니진, 빨간 티셔츠를 패셔너블하게 매치한 채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걷는 모습에 거리의 많은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린다. 이씨는 2년 정도 경력을 가진 전문 피팅 모델. 일당으로 25만~30만원을 받는데, 이 정도면 업계 최고 수준이다. 유명 쇼핑몰인 ‘스타일난다’ ‘미싱도로시’ 등 대형 쇼핑몰의 모델을 거쳐 이름을 날리게 되면서 지금은 따로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그를 모델로 쓰고 싶다는 쇼핑몰이 늘어나면서 그가 취사선택을 해야 할 판이다. 보통 피팅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카페24나 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나 각종 포털사이트 내 모델 구인구직 사이트, 모델 에이전시 등에 프로필과 사진을 올린 뒤 오디션을 봐야 한다. 그러나 유명해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 자유롭다.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고 연출을 하는 피팅 모델이란 직업이 나중에 연기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1주일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바쁘다. 1주일에 2~3번 정도 인터넷 쇼핑몰 사진 촬영을 하고, 한 번 정도는 전문 사진 작가의 모델로 선다. 매주 연기 학원에서 연기수업을 받고, 몸매 관리를 위해 3~4번은 꼭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든다. 또 정기적으로 태닝도 받고 있다. 게다가 오후 6~10시는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조금도 쉴 틈이 없다. 다니던 대학도 미련없이 접었다. 피팅 모델로서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는 늘 즐겁다고 한다. “피팅 모델 일은 제게 일이 아니에요. 사진 찍히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1석2조”라고 했다.
그러나 피팅 모델이 만만한 건 아니다.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높은 보수만 믿고 뛰어들기엔 너무 힘든, 일종의 전문직이다. 매번 시간에 쫓겨가며 50~60벌의 옷을 정신없이 갈아입고, 식사도 거른 채 사진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에서도, 때론 엄동설한 추운 겨울날에도 얇은 티셔츠 하나 입고 자신감 있는 포즈와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몸매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또는 그 모델이 입은 옷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퇴출 대상 1호가 된다. 이 세상에 피팅 모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넘쳐나고, 쇼핑몰에서 원하는 ‘A급 모델’이 되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단순한 일을 하는 데 비해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한 철 장사라 몇 년 하다 보면 나이 어리고 몸매 좋은 후배 모델에 묻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직업에 들어선 사람은 투잡을 가지려고 하거나, 향후 사업을 구상하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이 들어오는 한은 계속 피팅 모델로 남고 싶어요. 제가 피팅 모델이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할 만큼 이 일을 사랑하거든요” 이씨의 ‘불안과 열정’이 함께 느껴지는 이 말에 25시를 사는 모든 피팅 모델의 애환이 녹아 있는 듯하다.
펌
김이지 기자(eji@heraldm.com)
헤럴드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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