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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트러멜, 영화사상 가장 치명적인 팜므파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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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트러멜’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이라고 하면 ‘무릎과 무릎 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한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수많은 남자들 앞에서 다리를 꼬고 취조를 받고 있는 한 여자. 시종일관 피우고 있는 그녀의 담배가 타들어가면서 남자들은 점점 애간장도 함께 타들어간다. 그리고 그녀가 다리를 바꿔 꼬는 순간, 20세기 영화사상 가장 위협적이고 아찔한 노출 신이 탄생한다.
'원초적 본능' 1편이 나온 것이 1992년이니 벌써 16년 전 영화가 되었지만(2편은 2006년. 전작에 누를 끼친 졸작이었다) 아직도 이 영화를 능가하는 ‘섹스 무비’는 찾기 쉽지 않다. ‘에로틱 스릴러’ 장르의 태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원초적 본능'에서 ‘본능의 중심’은 단연 샤론 스톤이 맡은 캐서린 트러멜이라는 캐릭터. 그녀의 섹스 본능은 살인 본능으로 이어지고, 샤론 스톤은 영화사상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팜므 파탈이 되어 수많은 남성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사실 이 영화의 러닝타임 127분 중에 섹슈얼한 장면은 20퍼센트밖에 안되며, 폴 버호벤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범죄 수사 장면에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원초적 본능'에서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인데, 이 영화는 ‘극장용 상업영화’에서 가능한 표현 수위의 극단을 담는다. 샤론 스톤과 마이클 더글러스는 모든 섹스 신에서 대역을 쓰지 않았고, 특히 취조실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대담한 노출 앞에서 마초들은 마치 거세공포에 걸린 애송이들처럼 꼬리를 내린다.
'원초적 본능 2' 개봉 전에 했던 어느 인터뷰에서 스톤은 그 장면 촬영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폴 버호벤 감독은 나에게 적나라한 섹스 신이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설마 관객들에게 내 성기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장면일 줄은 몰랐다.”
어느 페미니스트 영화학자는 캐서린 트러멜이라는 캐릭터에 ‘남근을 지닌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트러멜이 된 스톤은 양성애와 사도마조히즘을 오가는, 자신의 ‘본능’을 위해선 그 어떤 것도 거침없는 악마적 여인이 된다.
그저 그런 영화에서 단역이나 조연을 맡았던 전형적인 ‘금발 미녀’ 배우였던 샤론 스톤은, 줄리아 로버츠, 킴 베이싱어, 엠마 톰슨, 미셀 파이퍼, 멕 라이언, 그레타 스카치 등이 기겁하며 거절한 이 영화에서 단 1초의 노출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이 영화 이후 섹슈얼하면서도 강인한 캐릭터 전문 배우로 떠올랐다.
하지만 속편은 찍지 않은 것이 나았을 듯. 뚜렷한 업그레이드 없이, 게다가 폴 버호벤 감독도 없이, 마이클 더글러스 같은 강력한 마초 상대역 또한 없이, 전작을 밋밋하게 모방한 이 영화에서 스톤은 여전히 섹시하긴 했지만 그다지 강렬하진 않았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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